질문인간
[books
]
AI 시대를 이야기할 때 학생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대체로 이것이다.
“이제 개발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표면적으로는 진로 상담처럼 들리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이 질문의 중심에는 불안이 놓여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자리를 얼마나 빠르게 밀어내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질문을 다시 바꾸면 오히려 더 직접적이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신입 개발자를 채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단순히 “AI를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서는 부족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다루는 태도, 그리고 기술을 통해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그동안 AI 활용 능력의 핵심으로 흔히 거론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이 말은 맞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추상적이기도 하다.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 최근 많은 책들이 이 주제를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중 질문인간은 비교적 흥미로운 방향에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AI의 답변을 정답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거기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AI 시대의 리터러시란 정보를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매끄럽게 제시된 답변의 표면을 의심하는 능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고 하자. 그 결과가 그럴듯해 보일수록 오히려 물어야 한다. 누구의 데이터인가. 무엇이 빠졌는가. 어떤 전제가 숨어 있는가.
“분석 결과가 30대 남성의 결과라면, 30대 여성은 어떠한가.”
좋은 질문은 새로운 답을 얻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나온 답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개발자의 미래에 대해서도 책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앞으로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생산 능력이 아니라 제약을 설계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AI는 매우 빠르게 코드를 만들어내지만, 빠르다는 사실과 정확하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한 시간 동안 생성된 코드를 사람이 검토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산 이후 검수하는 방식은 점점 비효율적이 된다. 그래서 등장하는 개념이 “선 검증, 후 생산”이다. 먼저 테스트와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AI가 작업하게 하는 방식이다. 익숙한 이름으로 부르면 결국 TDD와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래된 방법론이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다시 소환된다는 점이다. 시대가 바뀌면 낡은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전혀 다른 이유로 복권된다.
교육에 대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AI는 정답을 찾는 데 탁월하다. 그렇다면 교육이 계속 정답만 평가한다면, 인간의 사고력은 오히려 평가 대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결과보다 과정, 답안보다 사고의 경로를 봐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학생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정했는지, 어디에서 막혔고 무엇을 배웠는지.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인간만의 학습 흔적일 수 있다.
결국 이 책이 반복해서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더 빠른 계산 능력으로는 이미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질문하고, 의심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시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도구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는 경쟁력은 도구 그 자체가 아니라, 도구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AI 시대는 답변의 시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질문의 시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