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회고
[2023
회고
]
별도로 회고를 안하려 했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죽음들이 있어 글을 쓴다.
먼저 이전 직장 상사의 죽음이었다.
나는 사실 그 형하고는 그렇게 맞는 성격은 아니었다. 물론 그 당시 내가 좀 어렸던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그 형은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언제는 그 형이 당시 ‘쏘렌토’ 에 꽂혀 있던 적이 있는데 꿈에서 쏘렌토를 뽑고 거기에 그 팀원들을 모두 태워 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그 형이 팀장이었다). 난 정말 내 생애 그런 꿈을 꿀 것 같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나도 회사를 이직하고 그 형도 회사를 나와 다른 회사를 동업 설립하였다고 들었다. 당시 일본 네이버 재팬(지금의 LINE)에 출퇴근 할 때였는데 서현역 이었나.. 거기에서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성준아’ 하면서 부르는 것이다. 그 형이었다. “야 걸음걸이가 딱 너더라…“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당시에는 거처가 일본이었고 한국에 잠깐 들어온 것이라 금방 헤어졌었다.
이후에 OB 모임에서 한 번 보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수년 후에 갑자기 부고가 들려와 좀 놀랬다. 사인은 피부암. 그렇게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나로서는 지인의 두 번째 죽음이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죽음은 A 출판사 사장님의 죽음이다.
A 출판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내가 번역 하나 잡아 해 보려고 여기저기 출판사에 제안서를 뿌릴 때였다. 모두 거절의 메일을 보낼 때 A출판사만 연락이 왔다. 내가 제안한 책 말고 다른 책을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과 함께…
사장님과 미팅을 하자는 편집장님의 연락을 받고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웬 꽃할배 한분이 계시지 않겠는가(실제로 CF에도 출연 경험이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당시 내 메일의 서명에 한자로 이름을 넣었는데 그 사장님의 이름도 나와 같았고 심지어 한자도 똑같아서 한 번 연락을 해 보았다고 한다.
그 사장님의 출판에 대한 철학, 인생, 취미, 여러가지가 유난히 나와 잘 맞았다. 재즈CD 콜렉터라는 것도 나랑 비슷했고, 음주가무를 그렇게 즐기지 않는 것도 비슷했다. 다만 씀씀이는 내 상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그 분의 집에 가서 CD청음회까지 했는데 오디오 기기의 가격을 듣고 매우 놀란 기억이 있다.
자주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만나면서 그분에게 배운것도 많았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도 나쁘지 않겠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었다.
그 분이 언제부턴가 건강이 않좋다는 것을 알았지만 암이었다는 것은 몰랐다. 올 추석쯤에 찾아 뵈려 했는데 ‘내가 건강이 않좋아.. 나중에 만나자’ 라는 메시지가 마지막이었고 몇 주 뒤 부고 문자를 받고 적지않이 놀랐었다.
내가 그분에게 받은 것도 많았고, 그 분 역시 나를 이용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그 분이 원하는 책을 내가 부담이 되어 거절한 적도 있었다. 나중에 데이터 마이닝 관련 책을 그 사장님 나름대로 파격적인 조건으로 번역 제시를 했는데 거절했다. 내가 자신이 없었어서였다. 그게 9월이었고 10월에 돌아가셨다. 지금도 ‘내가 했었어야’ 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 을 봤는데 엔딩 곡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였다. 그러고 보니 사카모토 류이치도 2023년 3월에 타계했구나. 2023년에서의 나에게 있어서의 키워드는 역시 ‘죽음’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