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제너럴리스트 였다. 그 꿈은 20여년전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저서인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를 읽고 나서였다. 그는 어마어마한 책의 소장가였고, 나의 미래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 하고 책을 모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어떻냐고 물어보면 따르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흔히 이 스타 인물을 평하는 ‘지(知)의 거인’이라는 말이 2020년도에 와서는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책이라는 문화적 도구가 건재한 편이지만, 그 영향력은 다른 미디어에 많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고, 굳이 책을 건물 하나를 별도로 도서관으로 짓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원한다면 언제든지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보의 신뢰성 유무를 떠나서 말이다.

이런 상황을 목도하면서, ‘제너럴 리스트’의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하나를 진지하게 파고 드는 ‘전문가’의 시대가 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책 모으는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이런 기조를 바꾸어 버렸다. 세상에 위기가 오니 하나만 잘하는 사람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런 문제에 대응력이 뛰어난 ‘제너럴 리스트’가 다시 주목받는다고 한다.

다치바나의 독서법이 이런 시대에 맞지 않을 것인가? 생각해 보건대 다치바나의 능력은 다독이나 기억법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를 만나면 이를 자신의 체계로 만드는 ‘분류’에 그 핵심이 있다.

그는 책을 보면 목차부터 보면서 나름대로 정보의 구조를 만든다. 목차읽기가 그 핵심인데 나도 책을 먼저 접하면 목차부터 세세히 확인한다. 구조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의 최근 책 역시 분류에 관한 책이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목차를 보니 자신의 삶을 어떻게 분류하고 기록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의 장점이 오롯이 묻어난다.

지금 이시점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길이 뭐냐고 물으면.. “분류를 잘 하는 사람” 이라고 말하고 싶다.